정의당 좌파, 중앙을 과감하게 지역을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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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정의당 춘천시위원회 당원)

정의당 6기 집행부가 들어선 지 3개월이 지났다. 정의당 6기 동시당직선거에서 당원들은 ‘과감하게 단단하게’라는 슬로건을 들고나온 김종철 후보를 당대표로 선택했다. 부대표로는 같은 슬로건을 가지고 나온 김윤기 후보를 부대표후보 중 가장 많은 표로 선택했다.

이번 당직선거는 당이 과감한 정치 행보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당원들의 열망이 표출된 선거였다. 정파적으로는 그동안 중앙 정치 무대에서 직접적인 권력을 가져보지 못한 당내 좌파 블록의 후보가 선택받았다. 김종철 후보를 제외한 다른 세 후보 중 가장 과감한 메시지를 내었던 김종민 후보와 선거연대를 한 것도 표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기에 6기 집행부의 정치 방향은 명확하다. 슬로건대로 ‘과감하고 단단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슬로건 속 과감함과 단단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나?

선명성과 지역성

진보정당 내 좌파는 이전부터 선명성과 지역성을 주장해 왔다. 선명성은 정치지형에서 민주당과의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며 급진적 정책과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고 지역성은 민심과 멀어진 여의도 정치의 구습과 중력을 타파하는 것이다. 기존의 익숙한 중앙중심 엘리트정치를 거부하겠다는 측면에서 선명성과 지역성은 공통의 과제를 공유한다.

자신을 좌파로 칭하는 진보정당 당원, 활동가들이 선명성과 지역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과감한 변화를 꺼리는 애매한 민주당식 자유주의 흐름과 결별하고 지역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완벽한 편이 되어 사회를 보다 급진적으로 개편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좌파가 사용하는 선명성과 지역성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당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깃든 전략적인 용어이다.

지역이 모두 선명한 것도 아니고, 중앙이라고 모두 흐릿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명성과 지역성을 짝지은 이유는 의회 문을 걸어 잠그고 지역의 민심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권만을 챙겨가는 중앙의 기득권 엘리트 계급정치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치의 자유주의적 주류성을 청산하고 소외당하는 주변부 정치를 한국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중앙중심정치의 패착

선명성과 지역성은 정의당 당직선거에서 ‘과감하게 단단하게’로 풀어졌다.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 세력에 과감하게 맞서라, 맞서는 과정은 늘 쉽지 않기에 지역위원회부터 시작해 전국적으로 단단하게 뭉쳐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정의당은 과감한 메시지와 행보를 단단하게 밀고 나가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의 바람이 담긴 법률안을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입안하지 못한다는 현실론 속에서 당은 지역 곳곳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고 정치·사회운동을 일으키기보다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모여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쳐다봤다.

당내로는 당의 빠른 성장을 위해 스타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중앙중심정치로 세를 키워나간다는 전략이 지역 강화와 병행되지 못하면서 지역 소외를 낳았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중앙당은 비례 과몰입을 부추겼다. 물론 5기 집행부는 선거비용 마련을 약속하여 지역 후보자에게 거액의 선거비용 지원을 한 바 있다. 하지만 5기 집행부의 호기로운 선거비용 모금 프로젝트는 크게 실패했고, 그 후과는 당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죄책감은 지역출마자들이, 그 부담은 지역위원회가 떠안고 말았다.

당 운영이 중앙당 대 지역위원회, 중앙당 대 광역시도당으로 무 자르듯 잘리는 건 아니다. 책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원들이 중앙과 지역을 계속 대립시키면서 중앙당에 불만을 토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간 정의당 집행부의 중앙중심정치, 견인의 리더십이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중앙당은 지역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고 지역 강화도 신경 쓰지 못했다.

불안한 6기 집행부

정치 운동적 측면에서 정의당 모든 집행부의 가장 큰 패착은 전국 곳곳의 지역위원회, 시민사회세력, 사회적 약자의 힘을 기반 삼아 중앙정치의 무대에 오르지 않은 데에 있다. 과거 통합진보당의 소위 운동권 그림자를 지우려다가 사회운동세력과의 연대마저 지워버렸고, 빠르게 성장하려다가 당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당원들을 놓쳐버렸다.

취임 3개월이 지났지만, 당내 좌파라고 불리는 6기 집행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을 기반으로 선명한 목소리를 낼 줄 알았던 기대와는 달리 몰아치는 현안들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비토권 없는 공수처 설치 찬성당론, 정경심 교수 구속에 대한 단출한 브리핑은 과감하고 선명한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표단회의가 신설되면서 당의 일상적 결정의 무게가 당대표에서 대표단회의로 옮겨갔다는 것이 당대표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대표단회의는 기존 체제에서 포괄하지 못했던 현대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대표단이 한 팀이 되어 권한을 가지고 담당하게 하고, 당대표에게는 이를 연결하는 리더십을 요구한다. 이 제도는 당내 좌파의 요구가 꽤 많이 반영된 제도이다. 제도까지 바꿔놓았는데 운영하나 제대로 못 한다면 당대표와 당내 좌파세력은 더 큰 책임의 화살을 맞아야 한다.

중앙을 과감하게, 지역을 단단하게

중앙현안에 이목이 쏠린 한국 정치 상황에서 거대양당과 달리 어떠한 키도 잡지 못한 정의당이 중앙정치의 중력에 짓눌려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기 정의당의 모든 집행부는 이 어려움을 숙명으로 여기고 감당해 왔다. 6기 집행부도 이 냉혹한 현실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6기 집행부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중앙중심정치에서 지역중심정치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당의 기조에 대한 화두를 집행부가 던지더라도 그 화두가 지역에서 토론되고 확립되도록 해야 한다.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면, 그 결정의 배경에 대해 반드시 지역당부까지 피드백해야 한다. 중앙현안에 지역당원을 동원하는 것 뿐만 아니아 지역 현안도 중앙당이 적극적으로 받아 전국화시켜야 한다. 중앙당은 지역위원회의 지방선거 대응을 방관하거나 광역시도당에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한다. 지역정치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긴 안목을 가지고 지역정치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과감하고 단단한 당을 만드는 과제는 중앙당 집행부만의 숙제가 아니다. 지역의 좌파활동가에게도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가 과도한 중앙중심정치였기 때문에 정의당 내 좌파활동가들은 현재의 당내 지형에서 지역 강화가 주요과제일 수밖에 없다.

중앙당의 선명한 메시지는 단단한 지역위원회라는 토대에서만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다. 집행부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지역과 소통하고 지역의 좌파활동가들은 아래로부터 조직된 힘이 정치를,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좌파를 자처하는 당대표가 선명하지 못할 때 누구보다 거칠게 쓴소리를 해야 하고, 당이 민주당이 아니라 지역사회운동의 흐름과 맞물려 정치·사회운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역을 조직해야 한다.

정치적 맥락에서 지역이라는 단어는 단지 지역위원회라는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변부, 곧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정치사에서 주변부의 목소리가 여의도라는 담장을 넘기는 참으로 힘들었다. 정의당 좌파세력이 책임감을 느끼고 지역 당부에 울려오는 주변부의 목소리, 이 땅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과 한 편이 되어 여의도에 갇힌 한국 기득권 정치를 무너뜨리는데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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