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대통령 선거 시민선거인단 구상에 대한 입장

정의당 대통령 선거 시민선거인단 구상에 대한 입장

전환 (준)

정의당, 시민정책선거인단 통한 대선후보 선출 예고

정의당은 차기 전국위원회를 통해 정의당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 방식으로 ‘시민정책선거인단을 통한 선출방식’을 제안하려고 한다. 시민선거인단 선출은 정책선거인단으로 조직하며, 이는 정의당의 주요 정책에 동의하는 시민들을 모아내는 방식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준비하자는 취지라 한다. 9월 중순~10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최종 10만명(당권자 2만2천명+비당권자 2만8천명+신규 정책선거인단 5만명)을 선거인단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당규상 입당 후 6개월이 지나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는 규정의 예외 적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후 복당한지 6개월이 안되었더라도 탈당 전 당비를 내던 기간을 합하여 4개월 이상 당비를 냈다면 피선거권을 가지게 한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실시했던 선거권⦁피선거권에 대한 개방형 선거제도를 대통령후보 선출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작년 총선 직후에 채택한 선거평가서와 20대 대선을 앞둔 정의당 내외의 환경과 조건에 입각해 볼 때 이 계획은 강령정신에 반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무모하고, 시의적절하지 않으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혼동한 결과이다.

반대의 이유,

강령/실패가능성/무모함/시의부적절/대선⦁지선의혼동

첫째, 정당은 정치적 이념과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가져야 할 자유·평등·연대·생태·평화 등의 진보적 가치를 실현시키고 대안적 정당모델을 뿌리내려야 할 책무가 있는 가치정당이다. 좋은 정치를 위해 선거를 하는 것이지, 선거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 동원된 정치는 현실에서 유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익히 봐왔다. 당 강령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선거 때마다 개방형경선⦁시민선거인단·정책선거인단 등의 이름으로 정당의 책임정치를 형해화 하는 건 아닌지 이제야 말로 깊게 고민할 일이다. “정당은 변화를 만드는 최선의 도구이다. 정당정치의 발전 없이 민주주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강한 정당만이 시민의 삶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는 시민이 참여하고 당원이 주인이 되는 시민 참여, 당원 기반의 대안적 정당 모델을 앞장서 실천할 것이다. 정당의 책임 정치를 더욱 강화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주도해 갈 것이다.

둘째, 총선 직후 심상정 집행부가 제출했고 전국위가 채택한 21대 총선 평가서에 입각하여 볼 때 시민선거인단 계획은 개방형 선거제도의 재판으로 현재의 정의당 상황에서 실패가능성이 높다. 당시 개방형 선거제도에 대한 평가는 아래와 같다. “10만명이 참여한 개방형 선거제도는 조직전략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조직선거에만 활용되는 오점을 남겼다. 각급 당부가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들 중심으로만 조직되었고, 당 조직은 선거인단 모집과 관리에 많은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만 했다. 처음 실시되는 제도인 만큼 실무적인 착오와 운영상에서도 미숙함이 드러났다. 개방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외부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그 취지에 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선거인단을 지역구 연고자로 이어 조직전략에 활용하겠다던 계획은 DB제공을 할 수 없는 조건이 되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21대 총선 때 실시했던 시민선거인단 방식과 정책선거인단 방식의 차이는, 온라인으로만 모집한다는 것과 정책 지지의 성격을 부여한다는 외엔 없다. 그러나 이 차이가 이번엔 성공한다는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 또 대통령선거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입당 후 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당규의 예외를 인정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은 총선 전 선거권⦁피선거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3개월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총선 직후 혁신위원회를 통해 이 제한을 6개월로 상향한 바 있다. 후보자들의 당에 대한 책임성을 좀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취지인데, 선거권⦁피선거권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혁신위원회의 혁신 성과를 통째로 부정하는 방향이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제도를 비전과 전망을 만들지 못하고 지도부가 되풀이 하려 할 때, 당원들은 반대의사를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셋째, 10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한다는 계획은 무모하다. 21대 총선 당시에는 서른 일곱 명의 후보들이 사활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당의 평가서에도 당 조직이 아니라 후보중심의 모집이었다고 정리하고 있듯이 이번 대선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대선에 출마하는 당내 후보는 많아야 서너 명 정도일 텐데 서른 명이 넘는 후보가 모집한 수치의 절반을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무모하다. 수치 목표뿐 아니라 이를 대선의 조직전략으로 삼는다는 목표 자체도 무모하다. 정의당이 한 달 만에 5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하여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감동과 기대로 이어지는 조직전략이라고 생각할 근거도 없다. 민주당은 이미 1차 경선에서 선거인단 76만명을 모집했고, 2차 경선에서 200만에 가까운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우리 당의 상황에서 필요한 기획은 기득권 정당과 양적으로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정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나라의 정치비전을 구체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넷째,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의당의 내외적 조건과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 시기를 선거인단 모집과 그들에 대한 투표독려의 시간으로 채우자는 것은 시의적절한 계획이 아니다. 다시 21대 총선 평가서를 확인해 보자.

“제도개혁의 숙원을 풀기 위해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을 선택하여 상당수의 지지철회와 수개월 간 지속된 찬반논란 속에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던 정당 정체성에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지난 총선은 정의당을 왜 지지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당정체성’이 흔들린 조건에서 치러졌었다. 지금은 정당정체성이 다시 확고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당의 정체성은 그 당이 제시하는 미래비전의 설득력에 좌우된다. 9월에 당의 핵심 정책이 확정되지도 않았을 텐데 무슨 수로 시민선거인단이 아닌, 정책선거인단을 모집할 수 있는가! 지금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의당만의 정당정체성을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략이지, 유권자 명부작성 같은 조직전략이 아니다.

다섯째, 대선 시민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것이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대선을 잘 치러야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대선 그 자체에 집중해서 당의 미래비전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지방선거에서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게다가 대선 정책선거인단으로 모집된 명부는 지방선거를 위해 활용할 수도 없다. 개인정보를 이렇게 활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지난 총선 때도 시민선거인단 명부를 활용하지 않았다. 지금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핵심당원들이 대선 선거운동을 지방선거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대선은 포기한 듯 보이는 그 당의 대선후보에게 유권자가 관심을 줄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이유, 경험에서 배우자!

대통령 후보를 시민선거인단 선거로 선출하자는 제안을 찬성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구구한 이유가 한참 더 있지만 그 중에서 21대 총선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했고 평가했던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최악이므로 이 문제는 좀 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총선에서 37명의 후보들이 모집한 시민선거인단은 약 12만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 중 30%에 육박하는 3만7천여명이 인증에 실패하여 현장투표만 할 수 있었고,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앙당과 선관위의 행정처리 미숙이었다. 이들의 투표율은 3%도 되지 않았다. 모집기간 내내 당과 후보들이 다른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중한 결과는 당 전체를 살찌우지 않았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 출신 인사가 민주당식 부정선거인단 모집을 통해 수천 명을 선거인단으로 조직하여 제출하기도 했었다. 이 후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이 좌절된 것은 중앙당의 자정작용이 아니라 한 당원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방지책이 지금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시민선거인단을 모집하면서 시민검증단을 운영하여 후보들에 대한 공개검증도 시도했었다. 평가서는 이마저도 실패로 규정했다. 검증단장을 했던 우희종 교수는 검증단 활동 직후 정의당 지지활동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대표가 되었다. 당은 검증단장에 대한 검증에 실패했고, 검증단은 후보 검증에 실패한 전방위적 참사였다. 평가서는 시민선거인단을 통한 후보 선출에 대해 조직전략으로서 실패했으며, 조직선거로만 활용되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정치지향과 무관한 후보의 친인척과 사적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모집했기 때문에 이들은 정책지향과 비전에 투표 한다기 보다는 사적 관계로 정해진 투표를 하기 마련이다. 이런 식의 조직선거를 대선에서 또 재현해서는 안된다. 현재 정의당 지지율은 3~5% 사이의 박스권을 형성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정도의 지지율을 갖는 정당이 대중성을 획득하는 경로는 정당의 개방이 아니라 정당의 가치지향을 분명히 하고 대중적 호소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평가서에도 정당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공천과정이나 외부영입 등의 개방화를 통해 당을 키우는 것은 15~20% 정도의 유의미한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얻었을 때의 고민이 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결론

이상과 같은 네 가지 이유와 21대 총선 평가에 비추어 보면 당의 시민선거인단 모집 계획은 실패가능성이 높고, 무모하며, 시의적절하지도 않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혼동한 것이며, 경험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이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진성당원제도라는 원칙론 때문만은 아니다. 20여년 전에 처음 진보정당의 조직원리로서 시행되었던 진성당원제도는,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던 총재중심 보수정당 문화가 지배적인 정치행태였던 환경에서는, 그 자체로 새로운 정치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대체로 채택되고 있는 지금같은 정치환경에서는 다양한 고려를 통해 충분히 역동적으로 변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다른 정당의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제언, <새로운 나라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100가지 길>

그렇다면 지금 정의당이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민주당은 현재 6명의 경선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국민의힘이 주최한 대선후보 간담회에 참석한 후보들만 11명이다. 양당에서만 20명에 가까운 대선후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중 국민의 아픈 곳을 제대로 드러내 시대정신을 밝히고, 촛불혁명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았던 나라를 제대로 된 변화의 길로 이끌 사람이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여론은 차갑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음주운전, 사생활, 쥴리, 불량식품, 120시간이 대선 열쇳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혹 발표되는 정책들은 모두 핵심을 말하지 않고 있다. 폭우와 화염으로 뒤덮인 지구를 보고도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를 말하는 대담한 기획의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고, 더 심화되고 있는 극단의 불평등을 완화할 새로운 체제를 말하는 정치세력도 없다. 이제는 누구도 노동을 말하지 않고 있으며, 어느 새 성평등 이슈는 젠더갈등이라는 말로 변형되어 버렸다. 3기 신도시 투기사건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부동산 개혁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공식적인 당내 절차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후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구조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금 정의당은 중앙당을 중심으로 가장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사회변화의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연속 토론회를 이끌어야 한다. 전당적으로 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지역사회에 전파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IMF 경제 위기였던 1998년과 1999년의 정부예산규모가 각각 70조/84조였는데, 이 시기에 정부가 기업회생을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 규모는 168조 7천억원에 달했다. 이십여 년 전의 역사가 이랬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와 극단의 불평등이 엄습한 코로나 시대의 정부예산은 구두쇠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무너지는 기업을 위한 정부재정은 풀어도, 쓰러지는 노동자와 자영업자, 서민을 위한 확장재정은 지나치게 더디다. 정의당은 작년에 이미 확장재정 계획표를 제출했었다. 2020년에 예산 600조 시대에 진입해서 대선이 열리는 내년에는 700조 예산시대로 가자는 것이었다. 확장된 정부예산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정의로운 대전환의 계획표를 제시하자.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고 정부와 사회가 일자리를 책임지는 일자리보장제도를 도입하자. 이재명식 찔끔 기본소득이 아니라 아동·노인 월 50만원 기본소득 제도를 제안하자. 청년기본소득 월 30만원 지급을 제안하자. 위의 제안들과 함께 7공화국 개헌과 의회중심제, 완전비례대표제를 분명히 하는 정의당의 핵심 선거정책을 선거강령으로 만들어 가칭 <새로운 나라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100가지 길>을 만들자!

누구의 입으로 <100가지 길>을 말하게 할지, 당원들의 손으로 결정하자!

댓글 남기기